트럼프가 이란 전쟁에서 유럽 나토 동맹국들의 지지 부족을 이유로 미군 철수를 거론하며 동맹 체제를 압박하고 있다. 유럽 주둔 미군 일부 철수 방안이 검토되면서 나토 내부 균열이 가시화되고 있다.
패권국이 피곤해지면, 동맹국들에게 영수증을 들이민다.
드골이 나토 통합군사령부에서 탈퇴를 선언했다. 프랑스 영토 내 나토 본부와 미군 기지 철수를 요구하며 '미국 주도 체제는 프랑스 주권을 침해한다'고 맞섰다. 존슨 대통령이 '프랑스 묘지에 묻힌 미군들도 철수시키라는 뜻이냐'고 응수했지만, 드골은 흔들리지 않았다.
패권국이 동맹국의 '무임승차'를 문제 삼는 구조가 동일하다. 다만 1966년엔 동맹국이 먼저 독립을 선언했고, 지금은 패권국이 먼저 거리두기를 시사한다. 방향은 반대지만, 동맹의 비용-편익 계산이라는 본질은 같다.
나토는 분열 위기를 겪었지만 소련 위협으로 붕괴하지 않았다. 프랑스는 독립적 지위를 유지하며 서방에 남았고, 미국은 다른 동맹국들과 관계를 강화해 상쇄했다.
베트남 전쟁에 지친 닉슨이 '닉슨 독트린'을 발표했다. 핵우산은 제공하되 재래식 전력과 방위비는 동맹국이 알아서 하라는 통보였다. 한국과 일본에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며 '미국이 세계 경찰 노릇을 언제까지 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해외 개입 피로감에 지친 미국이 동맹국들에게 더 많은 부담을 요구하는 패턴이 정확히 일치한다. 트럼프가 이란 문제로 유럽을 압박하는 것은 닉슨이 베트남 부담으로 아시아를 압박한 것과 같은 논리다.
한국, 일본 등은 방위비를 올리고 자주방위를 강화했다. 동맹은 유지됐지만 미국 주도의 일방적 구조에서 상호 의존적 구조로 바뀌었다.
역사는 선택지를 제시한다. 동맹국들이 굴복해서 지갑을 열거나, 아니면 독자 노선을 택해서 새로운 균형을 만들거나. 문제는 지금의 위협이 소련이나 베트남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서방 동맹이 흔들리면 누가 웃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