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운항이 중단되며 세계 석유 공급망이 마비되고 있다. 휴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선박 운항은 제한적이고,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
해협의 목줄을 쥔 자가, 언제나 제국의 주인이었다.
욘 키푸르 전쟁이 터지자 아랍 산유국들이 석유 무기를 꺼내들었다.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OAPEC이 생산량을 25% 감축하고, 미국과 네덜란드에는 아예 수출을 중단했다. 3달러이던 유가가 12달러로 치솟는 데 걸린 시간은 몇 개월뿐이었다. 세계 경제는 순식간에 무릎을 꿇었다.
중동의 단일 지점이 막히면 세계 에너지 시장 전체가 얼어붙는 구조적 취약성이 그대로다. 1973년엔 아랍 산유국들이, 지금은 호르무즈 해협이 급소를 쥐고 있다. 지정학적 갈등이 에너지를 무기로 바꾸는 공식도 변하지 않았다.
서방은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에 빠졌고, 1970년대 경제 위기의 뿌리가 되었다. 각국은 전략비축유를 쌓기 시작했고, IEA를 설립해 공동 대응 체계를 만들었다.
이란과 이라크가 서로의 유조선을 격침시키는 탱커 전쟁이 절정에 달했다. 이란이 쿠웨이트와 사우디 유조선까지 공격하자, 미국이 쿠웨이트 배에 성조기를 달고 호위에 나섰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 한 마디에 유가는 급등했고, 해상 보험료는 10배로 치솟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위협 수단으로 쓰는 각본이 똑같다. 실제 군사 충돌이 해상 교통로를 마비시키고, 미군이 개입하며, 세계가 에너지 안보를 걱정하는 패턴까지 한 치의 오차도 없다.
미군과 이란군이 직접 충돌해 미 함정이 침몰하고 이란 석유 시설이 폭격당했다. 1988년 이란이 휴전을 받아들이면서 끝났지만, 걸프 지역엔 영구적으로 다국적군이 주둔하게 됐다.
역사는 명확하다. 호르무즈가 막힐 때마다 세계 경제는 무너졌고,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졌다. 이번에도 각국이 에너지 다변화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대안을 찾기까지는 또 몇 년이 걸릴 것이다. 그 사이 누가 더 오래 버틸 수 있을까?